손목에 살짝 뿌리면 바로 느껴지는 게 레몬·베르가못 같은 상큼한 시트러스예요.
근데 단순한 ‘레몬 향수’처럼 날리는 가벼운 청량감이 아니라,
어딘가 깨끗한 비누 향 + 시트러스의 중간 정도에 있는 느낌?
저는 보통 플로럴 향이 강하게 확 올라오는 걸 좋아하지 않는데,
이건 초반이 정말 산뜻해서 부담이 없었어요.
출근하려고 문 앞에서 급하게 뿌려도 공간에 잔향이 과하게 남지 않고 기분만 쓱 좋아지는 정도랄까.
한 10~20분 지나면, 그동안 가려져 있던 목련이 고개를 드는 느낌이 와요.
막 향이 화려하거나 풍성하게 퍼지는 게 아니라,
은은하게, 부드럽게, 깨끗하게 올라와서
정말 “화이트 플로럴은 이런 식으로도 표현될 수 있구나” 싶었어요.
저는 이 부분이 제일 좋았어요.
꾸미지 않은 듯 우아한 느낌이 나요.
여성스러운데 과하지 않고, 아주 얌전하게 고급스러운 느낌.
지나가면서 누가 맡고 놀랄 정도의 강함은 아닌데,
본인한테 은근하게 계속 느껴지는 향이라 안정감이 들어요.
시간이 더 지나면 고요하고 포근한 잔향으로 가는데,
여기서부터는 되게 “나만 아는 향”이 돼요.